감정에 치우친 과장은 논의의 초점을 흐립니다.

지금 심각하게 생각해 봐야 할 것은 지하핵실험으로 인한 방사능의 폐해가 아니라 6자회담 당사국들의 향후 대응이 어떤 식으로 진행되어야 하는가 하는 문제입니다. 이미 각국에서는 가장 강경한 방식에서부터 유화적인 방식까지 모든 길에 대해 자국의 입장에서 득실을 따지며 시뮬레이션을 돌려 검토에 들어갔겠지요. 이런 마당에 지하 핵실험의 방사능 효과에 대한 말초적인 과장을 근거로 분기탱천의 글을 쏟아내며 검토할 수 있는 가능한 방식의 영역을 좁히는 것은 별로 현명한 일은 못 되는 듯 합니다.

핵실험의 방사능 영향에 대해 원글 쓰신 님이 드신 예는 전혀 사례에 맞지 않습니다. 존웨인이 핵실험 지역에서의 영화촬영으로 인한 방사능 피폭으로 암에 걸려 사망했다는 이야기는 많이 알려져 있습니다. 사인은 폐암이었는데, 폐암에 걸린 이유가 평생 입에 달고 살다시피 한 담배 때문인지 방사능 피폭 때문인지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습니다. 참고로 영화 제작이 완료되어 개봉된 해는 1956년, 그가 사망한 해는 1979년입니다. 하지만 함께 촬영 현장에 있었던 스& #53494;들 중에서도 상당수가 암으로 사망했다는 얘기와 함께 방사능의 인체 영향에 대한 미국 정부의 실험의 희생물이라는 음모론이 덧붙여져 나름대로 방사능 피폭 사망설은 많은 사람들이 믿고 있습니다. 어쩌면 발병 원인이 복합적이었을 수도 있죠. 그러나.

낙진과 방사능의 영향을 고려해서 사방3000Km(?)에 안전지대를 설정하고 영화촬영을 했는데도 피폭으로 암으로 사망했다… 고 하신 얘기는 창작에 가깝군요.

존웨인이 애리조나에서 촬영했던 영화 ‘정복자 징기스칸’은 앞서 얘기한 대로 1956년 개봉작입니다. 당시에는 핵무기의 방사능 효과에 대해 지금과 같은 데이터가 축적되어 있지 않았고, 미국 내에서 이뤄지는 핵실험조차도 지금 보면 무식할 정도로 조심성 없이 이뤄졌습니다. 심지어 초기 핵실험에서는 핵 전개 지역에서의 군사작전 양상을 시험한답시고 핵을 사방이 트인 지표면에서 폭발시켜 놓고 얼마간의 시간 경과 후 완전군장한 보병부대를 폭심 지역을 통과하여 행군하도록 시키기도 했습니다. 물론 그 실험의 희생자였던 부대원들은 방사능 피폭으로 후에 극심한 고통을 겪었고, 미국 정부는 이 실험의 결과로 핵의 방사능 효과에 대해 좀 알게 되었겠죠.

요컨대, 예로 드신 존웨인 방사능 피폭설은 하나의 가설이기도 하지만, 그 가설이 사실이라고 할지라도,

“방사능의 영향에 대해 철저히 조심하면서 핵실험을 진행했는데도 그 간접적인 영향만으로도 주변지역에서 영화촬영을 한 배우가 암에 걸려 사망했다” 가 아니라,

“방사능에 대한 데이터가 없이 지하가 아닌 지상에서 핵을 뻥뻥 터뜨려 대던 초기 핵실험의 피해자가 있었다”입니다.

다시 한 번 한 줄 요약하자면(서두에 꺼냈던 얘기지만), 지하 핵실험의 가공할(?) 방사능 효과에 대해 억지로 과장하며 분노를 터뜨리고 흥분하기 전에 한반도를 둘러싸고 계산기를 두드리고 있는 주변 강대국들의 이해관계에 말려들어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 우리가 취해야 할 행동이 뭔지를 따져봐야 하지 않겠느냐는 호소입니다.

지하 수백미터에서 0.8kt규모의 핵폭발 있었던 걸로 남한에 방사능 오염 없습니다. 차라리 건강검진 받을 때 엑스레이 한 번 찍으면서 쏘이는 방사능이 더 많습니다. 핵실험 해당지역 깊은 곳의 토양은 오염됐겠죠. 지금 상황이 나쁜 이유는 뭔가가 벌써 벌어졌기 때문이 아닙니다. 우리가 정말로 걱정하는 뭔가가 벌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갑작스럽게 커졌다는 게 나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