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별 이야기

 그래요. 이 이야기는 흔한 남녀의 이별 이야기에요. 우리는 이별했어요.
제 가슴 안 속에 꼭꼭 숨겨두었을 그녀에게도 말하고 싶지 않았지만, 그녀가 들어주었으면 했던 그런 이야기들이네요.  오늘은 도저히 이 이야기를 쓰지 않으면 내 안 속에 무언가가 터져버려 나마저 남지 않을 것 같아 이 이야기를 쓰게 되었습니다.  
마음 한편으로는 우연히 그녀가 지나가다 아주 우연히 이 이야기를 보고 ‘아 이 사람은 그랬었구나. 우리는 사랑했었구나’ 하는 생각을 했으면 하는 마음 조금, 다시 돌아왔으면 하는 마음 조금, 정말로 모든 것을 다 주며 서로 사랑했던 그때로 돌아갔으면 하는 마음 조금으로 쓰게 되었어요.
우리는 같은 과 선,후배 사이로 만났어요. 학교 앞 막창집이었네요. 그녀는 친구들에게 둘러싸여 있었죠. 저는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지 못했어요. 그녀는 제 정면에서 오른쪽에 있었는데 너무나 이뻤었죠. 
사실 남자에게는 가슴 깊숙이 간직한 첫사랑이 있다 그러잖아요. 그 자리에 앉아서 그녀를 바라보는데 그녀는 첫사랑과 너무 닮아있었어요. 수줍어했던 그 미소와 너무나 순수한 눈망울, 소심한 성격까지.  
처음에는 그렇게 시작했었어요. 아무것도 모르던 어린 남자와 정말 순수한 강아지 같던 여자가 만났어요. 우리는 걸었어요. 그녀가 걷는 것을 좋아했었거든요. 
우리가 수줍게 손을 잡고 거닐던 학교 주변. 그때의 아름다웠던 거리. 맞잡은 두 손이 그렇게 따뜻할 수가 없었죠. 첫사랑은 그녀가 되어버렸네요. 
그러고 파리바게뜨로 갔었어요. 그녀와 치즈 케이크와 핫초코를 먹었죠. 술밖에 모르던 철부지 남자에게 사치라고 생각하던 그런 음식이었죠. 
그녀에게 어떻게 하면 더 잘해줄 수 있을까 내 마음을 어떻게 전달할 수 있을까 고민을 했어요. 우리는 그렇게 사귀었죠. 그녀와 우리는 분명 행복했어요. 
술밖에 모르던 제가 그녀와 거리를 거닐고 맛있는 집에 가서 맛있는 것도 먹고, 제 방에서 요리도 해 먹고, 그녀와 아름다운 아침을 맞이하기도 했어요. 그렇게 우리는 사랑 속에 거닐고 있었을 거예요. 
그렇죠. 우리는 평범한 일상 속에 사는 평범한 커플이었어요. 대신 우리는 서로에게 특별했죠.그러다 방학이 왔을 거예요. 서로 멀어졌어요.
그녀는 서울, 저는 지방. 어린 그녀는 서울 마포구 서교동 홍대 거리에 있었어요. 저는 그때도 삶이 너무 바빠 매일매일을 돈을 벌며 보냈어요. 우리의 권태기였었을 거에요. 
그녀는 여러 번 제가 있는 곳으로 왔어요. 저는 못 갔지만… 삶이 바쁘단 핑계로 그녀에게 가보지 않았어요. 그때 그녀는 저에게 실망을 많이 했을 거예요.
가끔 그녀가 내려왔었고 순수하던 그녀의 눈빛이 현실적으로 변해서 왔더라고요. 뭔가 뾰족하다고 해야 할까. 메마른 현실을 알기 시작했다고 해야 할까. 
미안했어요. 서울에서 어린 그녀가 받았을 스트레스가 너무 가여웠어요. 그때 조금 더 신경을 쓸걸… 이제 와서 후회하는 못난 오빠네요.  전 항상 그녀에게 못난 오빠였었어요. 늘 미안했고 더 잘해주지 못한 저가 미웠죠. 그래서 그때 결심했었어요. 그녀가 원하는 것들 다 해주자. 좋아하던 술도 끊고 담배도 끊고. 친구와 동생들과 만남도 끊고.
그때 그러지 않을 걸 그랬어요. 그녀에게 구속당한다는 생각을 그때 했었어요. 그녀를 위해선 제가 희생해야 한다 생각했었거든요. 희생은 사랑이 아니었는데… 그러면서 점점 반발했었어요. 그녀에게 반항하고 몰래 과 행사도 가고 술도 마시고 친구들과도 만나고. 그때부터 서로 멀어지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그녀와 저는 만나면 너무나 좋았어요. 너무나 좋아서 사랑해서 그녀와 매일 같이 있고 싶었고, 그녀의 집으로 매일같이 데려다줬어요. 우리는 행복했었어요. 
그때 생각했어요. 그녀와의 평범한 일상들을. 출근할 때면 그녀가 매일 매어주는 넥타이와 아침마다 해주는 밥을 먹고, 아름다운 키스를 나누고, 사랑스러운 우리 아가들의 마중을 받으며, 우리 가족을 생각하며 퇴근을 하는 그런 평범한 일상들을.   
그때 생각했네요. 흐지부지하게 아무 생각 없던 내가 열심히 해서 그녀와 결혼을 하고 그녀를 먹여 살려야겠구나. 그때부터 제 꿈을 찾았던 것 같아요. 그녀에게 고마워요.
행복했네요. 이렇게 써놓고 보니 우리의 첫 만남부터 지금까지.
하지만 그때 우리는 어렸었어요.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여러 가지 말들을 서로 터놓고 해본 적이 없었어요. 그저 우리는 서로 구속하고 미워하고 실망하고 그렇게 혼자서 혼자서 그렇게 마음을 정해버렸네요.
그렇게 그녀는 공무원 준비를 하러 다시 서울 노량진으로 올라갔어요. 그때부터 우리는 먼 사이가 되어버렸어요. 그녀는 저를 보면 공부를 못 할 거 같다, 막 안기고 싶어서 공부가 안될 거 같다 그랬어요. 
우리 한 달에 한 번은 볼 수 있을까. 그녀에게 물었지만, 그녀는 대답을 안 해줬어요. 그때 이미 우리는 멀어졌었어요. 그걸 몰랐던 제가 바보였네요. 
그래서 기다렸어요. 저도 꿈을 위해 상경했고 그녀와 정말 가까이 있었어요. 근데 기다렸어요. 그녀와 다시 마주할 날을 기다리고 고대하면서. 
매일매일을 하루 카톡 두 번. 그것 말고는 전화도, 만남도 없었어요. 그렇게 2년 가까이 흘러버렸네요. 주위에서는 ‘미쳤다고, 그런 너희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사귀는 사이는 맞는 거냐, 그녀는 이미 다른 남자가 생겼을 거다.’ 등등 많이 힘들었어요.
그녀에 대한 스트레스로 제 생활이 되지 않았어요. 그녀를 매일매일 의심하며, 에이 설마 안 그렇겠지 애써 위안하며, ‘그녀는 웃으며 내 곁으로 다시 올 거야’만을 생각했었어요.
술을 진탕 먹은 어제는 마음이 너무 아팠어요. 그녀가 이런저런 사정들을 알아줬으면 했었어요. 그녀는 역시 전화를 받지 않더군요. 그래서 오늘 아침에 헤어지자는 톡을 보냈어요. 
그녀는 미안하대요. 정말 미안하대요. 기다리게 해서 미안하대요. 정말 다시 보면 헤어지자는 마음이 없어질 거 같아, 다시 보자고 했어요. 근데 미안해서 볼 수가 없대요. 할 말도 없다네요.
그렇게 우리는 이별했어요. 우리의 정말 평범한 이별 이야기네요. 앞으로도 그녀는 저에게 연락을 주지 않을 거예요. 미안해서. 그러지 않아도 되는데… 미안해 하지 않아도 되는데…
이제는 그녀와의 시간을 더듬어 보며 그녀와의 행복한 추억들만 남아버렸네요. 제 핸드폰에는 온통 그녀밖에 없더라고요. 살아가면서 그녀를 잊을 수 있을까 생각했지만 힘들 거 같아요. 힘들어도 버텨내야겠죠.
그녀와는 비록 이별했지만, 그녀와의 추억이 너무 아름다웠어요. 그녀와 마지막으로 다시 한 번만 꼭 보고 싶네요. 우리는 어렸고, 우리는 숨 가쁘게 살아왔다고. 내가 조금 더 어른이었더라면 그녀를 생각해서 그녀를 기다리고만 있진 않았을 거라고… 
우리는 서로 체념하면서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멀어져 왔던 거뿐이네요. 후회 없는 사랑하게 해준 그녀에게 고마워요. 아직도 사랑해요. 마지막으로 그녀가 행복하길 바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