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신뢰 위한 사법 개선,

‘재판 신뢰’ 위한 사법 개선,   한나라당은 10일 10년 이상 검사나 변호사, 법학교수 등을 지내고 40세 이상인 사람 중에서 신규 법관을 임용하는 경력(經歷) 법관제를 도입하고, 법관인사위원회 기능을 강화하며, 형식적인 판사 연임(連任) 제도와 법관 근무 평정(評定) 제도를 실질화한다는 내용의 사법(司法) 제도 개선 방안을 발표했다. 개선안에는 판사가 선고할 수 있는 형량(刑量)의 기준을 정하는 양형(量刑)기준기본법을 만들고, 형사재판의 경우 판사 3명이 한 부(部)를 이뤄 재판하는 합의 재판을 원칙으로 하며, 소송 당사자에게만 공개되는 모든 판결문과 결정문을 일반에 공개한다는 내용도 들어 있다.  경력 법관제 도입은 사회 경험과 법률가 경험을 쌓은 사람을 신규 법관으로 임용해 법관과 재판에 대한 신뢰를 높인다는 장점이 있다. 우리나라 법관 2400여명 중 67%가 경력 10년 이하에 40세 이하다. 그래서 ‘세상 물정 모르는 젊은 법관’에 대한 불신이 많았고, 최근의 잇따른 이상(異狀) 판결의 원인을 거기서 찾는 견해도 많다. 그러나 사회의 쓴맛 단맛을 다 겪어본 사람들 중에서 도덕성을 잃지 않으면서도 법률가의 초심(初心)을 그대로 지니고 있는 사람을 어떻게 골라낼 것인가가 숙제다. 높은 연봉 받고 잘나가던 변호사가 지금의 판사 보수(報酬)를 받고 판사를 하려 할지도 문제다. 세계적으로 경력 법관제를 도입한 나라는 독특한 역사적 배경을 가진 미국과 영국 정도라는 사실도 참고할 만하다.  법관 인사위원회와 근무 평정, 연임 제도를 실질화하는 것도 구체적인 방법이 무엇인지를 따져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특히 법관 인사와 연임 여부 판단의 기준이 될 근무 평정을 어떻게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할 것이냐가 어렵다. 1995년부터 연간 1회씩 법관 근무 평정을 해오고 있지만 객관성과 공정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평가를 지금처럼 소속 법원장과 부장판사에게 맡길지, 판사 서로 간 또는 상관과 부하 간 평가 등 다면(多面) 평가를 도입할지, 평가 항목에 자기가 한 재판이 상급심에서 파기되는 비율을 포함시킬지 등도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 양형 기준을 법으로 정하는 것은 자칫 판사의 재량권을 제한해 구체적인 사정이 각기 다른 사건에 맞게 적절한 형(刑)을 선고하는 것을 어렵게 할 수도 있다.한나라당이 사법 제도 개선에 나선 것은 최근 일부 젊은 단독 판사들이 국민상식과 동떨어진 판결을 잇달아 내려 사법부 불신과 사회 혼란을 불러온 것이 계기가 됐을 것이다. 그러나 법원 사태가 터진 지 한 달도 안 돼 사법 제도의 뿌리와 기둥을 바꾸는 안(案)을 내놓은 것은 마음이 너무 급한 게 아니냐는 느낌이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