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쪽만 무례한 것이 아니라…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입니다.

임상수 감독님과 김수현 작가님은 스타일이 전혀 다릅니다.

무슨 생각으로 저 두사람을 만나게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영화가 어떤 식으로 나오든 간에 누군가 한 명은 반드시 상처를 입었을 겁니다.

그만큼, 저 두분은 자신의 색이 강하니까요.

 

김기영 감독님의 ‘하녀’ 를 리메이크 하고자 했을때

김수현 작가님은 말 그대로 ‘2010년 버젼의 하녀’ 를 쓰셨을테고

임상수 감독님은 ‘임상수 특유의 에로티시즘이 가미된 하녀’ 를 만들고 싶었을 겁니다.

 

애초부터 잘못된 만남이었다는 거지요.

 

김수현 작가님을 쓰고 싶었더라면

차라리 연출에 재능있는 신인 감독을 써서

자신의 뜻을 관철하고 대본의 폭발력을 유지시키는게 나았을 것이며

 

임상수 감독님을 쓰고 싶었더라면

김수현 작가님같은 디테일한 대본을 쓰는 사람보다 

전체적으로 틀만 잡아줄 수 있는 다른 작가를 찾는것이 좋았을 겁니다.

스스로 대본을 짜 낼 수 있는 사람이니까요.

 

자세한 속 사정은 잘 모르겠지만…

김수현 작가님이 임상수 감독님을 추천했다고 들었습니다.

자신이 쓰고자 하는 대본의 이미지를 가장 잘 살릴 것이라 판단하셨겠지요.

허나, 그 생각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브라운관의 드라마와 스크린의 영화는 다른 장르임을 간과하셨으리라 판단됩니다.

 

작가가 힘을 크게 쓸 수 있는 드라마와 달리

영화는 작가보단 감독의 영향과 역량이 좀 더 큽니다.

즉, 감독이 생각한 이미지에 어긋난다면 아무리 뛰어난 대본이라도 어쩔 수 없다는 겁니다.

 

작가님 글 전문을 보면 이런 대목이 나옵니다

 

 

그래서 그의 대본이 훌륭했나. 그랬으면 나는 이의없이 그대 대본이 더 훌륭하니 그대 대본으로 하십시오 했을 겁니다. 그렇지 않았습니다. 추석 전날인가 그 부근에 다시 감독을 만나 얘기했습니다. 도대체 대본을 다시 썼어야하는 이유를 물었으나 그의 대답은 ‘이건 선생님 대본이에요. 선생님 손바닥에서 벗어날 수가 없었어요. 저보고 처음부터 이걸 쓰라고 했으면 저는 이렇게 못썼습니다.’

 

 

김수현 작가님의 능력은 수많은 작가들 중에서도 탑급입니다.

어지간한 PD, 혹은 감독의 능력을 잡아먹지요.

김수현 작가님이 집필한 드라마들을 보면 피디의 존재감을 거의 느낄 수 없습니다.

 

뛰어난 능력은 작품에 있어서는 좋을것이지만

반대로 임상수 감독님 입장에선 위기감이 느껴 지셨을 겁니다.

 

이 대본대로 영화를 만들면

김수현의 ‘하녀’가 될지언정, 임상수의 느낌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겠구나. 하고 말이지요.

그렇기 때문에 수정을 하게 되신 듯 합니다.

 

물론 통보 없이 대본을 바꾼것은 절대적으로 임상수 감독님이 잘못 하신 부분입니다.

저 자신도 그쪽 길을 걷고 있는지라 김수현 작가님이 얼마나 화가 나셨을지도 짐작이 됩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이렇게 비난하는 김수현 작가님도 그다지 잘 한 부분은 없다고 생각됩니다.

제작진들의 갈등은 그 안에서 풀어야지요.

이런식의 비난은 스스로의 위치를 칼로 삼아 상대방을 베려는 것 이상의 의미를 주기 힘듭니다.

 

잘못을 한 쪽은 임상수 감독님 측이지만

그것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망신을 주는 행위 또한 큰 잘못이기에

누가 잘했다, 잘못했다를 판단할 수 없습니다.

조금만 더 성숙하게 대처하셨어도 좋았을 텐데…

 

 

아무튼 잘 해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p.s

 

굳이 가장 잘못한 측을 꼽으라면

제작자측을 들겠습니다.

가뜩이나 이미지 좋지 않은 미로…

김수현 작가님이 제대로 털어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까지 드네요.

아무리 영화판이라지만

작가를 저렇게 우대하지 않는 기획사도 드물겁니다.